해외에선 용기가 가장 필요해~!!

빛이나는 사람·2010. 4. 12. 00:56

올 것 같은 일요일 오후, 평소완 다르게 이불에게 '좀 더잘께~' 라고 말하며 안아주었다. 그렇게 점심시간이 되서 공부를 좀 하다 다시 이불과 사랑에 빠졌다. 그러다 배도 좀 고프고, '일본에서 이게 뭐하는거야'란 생각에 머리를 혼자 깍고, 거리를 나섰다. 때마침 내리는 이슬비!! 간단하게 쇼핑하고 장을 본 후 기숙사로 가는 길 앞!!
상황은 거기서 시작됐다.

"카미신죠 에키가 도코 데스까??"
(카미신죠 역이 어딘가요??)

(난 알고보면 외국인인데.. 난 정말 일본인 처럼 생긴건가??) 너무 의외여서 말을 못하고 방향만 가리켰다. 노란머리의 착해 보이는 그녀는 고맙다고 말하며 돌아섰다. 그녀가 돌아설때 '아~ 이렇게 말할껄~'라며 문장이 생각났다. 그렇게 아쉬워 하면서 온갖 생각을 했다. '오늘은 일본어 한마디도 거의 못했는데.', '아~ 난 바보같이 왜 <저쪽으로 가면 됩니다>라고 못말했을까??'

30초간 생각한뒤, '그래 용기를 갖는거야'라는 생각 하나만 가지고 자전거를 돌려 그녀를 쫓아갔어요. 그리고선 같이 가도 되겠느냐고 얘기했지요. 그랬더니 흔쾌히 승락하더군요. 사실 영문도 모르고 같은 방향으로 가겠더니 하고 생각했겠죠.

왠지 외국인이라 그런지 낯가림이 전혀 없었어요. 말을 못하는거 자체가 조금 부끄러웠지만 이미 그런건 열흘간 익숙해진터라.. 그녀는 '게이코'라는 이름을 가졌고, 오늘은 근처 멀티플랙스에서 하루간 단기 알바를 끝내고 가는 길이라고 했어요. 그렇게 얘기를 주고 받으며 같이 걸어갔어요. 다행히도 쫒아오길 잘한게.. 역까지 가는중에 또다른 역이 있어서 많이 헤깔리는 곳이 있었는데. 그녀 잘못하면 다른 역에서 방황할뻔 했어요 아무튼 그렇게 잘 바래다 주었어요. 말을 잘한다며 칭찬을 받았고, 일본인 특유의 배웅으로 마지막으로 한번 되돌아 보던 그녀!! 두근두근~ 하고는 거리는 멀지만, 먼가 도움을 주었다는 것에 마음이 편해졌답니다.

'사실 내심 연락처를 받아서 처음으로 일본인 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라는 나쁜 마음 아닌 마음을 먹었었지만, 일본의 예절을 정확히 모르기에.. 또 일본인이 이런 한국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체를 몰랐고.. 그날따라 너무 폐인처럼 모자까지 써서.. 연락처를 달라기가 모했어요. 사실 다시 만날 수도 없지만.. 아 다시 생각해보니 아쉽네요. ^^:


그렇게 오늘 하루는 뭔가 재밌는 일이 생겼었어요. 요즘 제가 자주 상기시키는 말은 '한번도 실패해보지 못한 사람은 한번도 도전해보지 못한 사람이다.'라는 말이에요. 어쩌면 어렷을때부터 막내로 크고, 세상 물정을 아는 속도가 다른 사람보다 늦다보니 이제서야 '용기'라는 단어의 중요성을 새삼 느낍니다.


전 항상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한발짝 느린 편입니다. 이해력이 나쁜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엄청 빠르진 않아요. 빠른 사람에 비해 조금 뒤쳐지지만 이해력은 높아요. 그래서 디테일한 부분까지 기억하고 이해하며 넘어갑니다. 그러다보니 조금 늦지만 나중에는 더 크고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옵니다.

지금 이나이에 일본 유학도 말도 안되지만, 누구보다 많은 것들을 가져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드는 하루입니다. 오늘 나의 잠깐 동안이나마 말동무가 되어주고, 일본인과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준 게이코상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역시 연락처를 물어 봤어야 했어~!

오늘을 교훈 삼아 다음번에는 좀 더 용기를 가져야 겠어요. 세상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사람에겐 정말이지 아무것도 안줍니다. 그걸 잊지 말아야 겠어요. 그리고 전 운명을 믿습니다. 그 사람이 저와 관계가 이어질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다시 만나게 될거라 생각합니다.
Posted by 심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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