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포녀 왈, '생일을 축하해주는 축포…인가?'

카테고리/IT·2010. 11. 24. 08:00

인천 연평도에서 커다란 사건이 일어 났어요. 우리의 자랑스런 대한민국 건아 두 분을 잃었어요. 故 서정우 병장, 故 문광욱 이병,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단풍놀이를 다녀온 후 사건에 관련된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어요. 전쟁 나는 거 아냐?! 라는 생각에 뒤늦은 오후 6시가 돼서야 뉴스를 보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상황이라 접할 수 있는 언론 매체라곤 인터넷 뉴스 밖에 없어서 다른 정보를 알 길이 없더군요. 그래서 최근 사용하기 시작한 트위터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관련 정보를 찾아 다녔어요.

언 2시간 동안 정보를 찾았으며 줄곧 속보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어요. SNS라 불리는 소셜미디어의 실시간 정보 전파력을 실감했고 애도의 행렬을 지켜 보았으며, 그후 그 이면에는 마녀사냥(?)이 자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소셜미디어의 밝은 면과 어두운 두 가지 모습을 본 것이지요. 눈앞에서 ‘축포녀’와 ‘백털녀’라는 신조어가 생기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 보았어요. 그래서 그 과정을 재구성 해보았어요.


 실시간으로 퍼지는 구전 소식통

처음 목적은 해외에서 접할 수 없는 속보를 듣고 싶었어요. 그게 동영상이건 사진이건 기사건 뭐든지 말이죠. 그 정보를 가장 빨리 접할 수 있던 채널은 ‘트위터’ 였습니다. 그곳에서는 사람들이 관련된 기사를 링크를 걸어 주며 글을 퍼뜨리고 있었어요.

실시간으로 모여드는 정보들


한 트위터의 제안 : #연평도_ #YeonPyeongDo 로 해쉬태그가 결정


그리고 연평도와 관련된 해쉬태그(#)를 정의하여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자연스레 정의 되었어요. 실제로 트위터 검색창에서 #연평도_ 혹은 #YeonPyeongDo 라고 치면 관련된 글들이 모일 수 있도록 서로 룰을 정하고 그렇게 글을 올리도록 되었어요.


 마녀사냥이 자행되고 축포녀가 탄생하다

그렇게 트위터와 인터넷 뉴스를 통해 정보를 얻다가 사람이 많이 모이는 커뮤니티 사이트를 찾았어요. 처음으로 간 곳은 기존부터 알고 있던 SLR클럽이였고, 중간에 알게 된 곳은 디씨인사이드였어요. 두 사이트의 공통점은 카메라 정보와 사진을 주제로 구성된 커뮤니티로써, 초기 디지털카메라의 보급과 인터넷 활성화에 맞물려, 사진전문가는 물론 사진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많은 신조어들도 생기며 수많은 의견도 접할 수 있답니다.

디씨인사이드 코갤


그곳에선 흥미로운 글들이 올라옵니다. 누군가가 누가 될만한 발언을 하면, 그 장면을 캡쳐해서 누군가가 글을 올립니다.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보고, 부정적인 의견이 쏟아지며 공격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됩니다. 그리고선 ‘좌표’를 불러달라고 합니다. 그럼 글을 올린 이는 좌표라 불리는 사이트 주소나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싸이의 주소를 댓글로 남깁니다. 몇 초 뒤 목표 대상의 사이트는 공격성 댓글이 수없이 달립니다. 예상 하신 것 같이 대부분 악플이 주를 이룹니다.

그렇게 오늘 가장 먼저 생겨난 신조어는 축포녀입니다. 그녀는 평범한 기혼 여성이라 추정되는 그녀는 이번 연평도 사건과 동시에 생일을 축하해주는 축포..인가”라는 무개념 글을 올려 공격 대상자가 되었어요. 세간에선 두 명이나 사망한 사건에 대해 개념 없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다수의 의견에 따라 공격 대상이 되기엔 충분했어요. 지금 그녀는 이미 사이트 탈퇴를 했더군요. 대화를 회피한 행동으로 인해 그녀에게 악플을 달려던 커뮤니티 사람들은 그녀에게 얘기할 수 있는 다른 곳들을 찾아 헤맸답니다. 그러다 남편의 사이트와 그녀의 싸이월드를 찾아냈고, 결국 블로그까지 찾아냈답니다. 물론 악플이 달렸던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들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어요.

축포녀의 미투데이


그렇게 그들은 찾아낸 블로그의 물건 판매 글을 통해 그녀의 연락처 마저 알아내게 됩니다. 결국 그녀는 이름, 연락처, 가족관계, 가족관계 등 중요한 신상 정보를 그들에게 모두 털린 셈입니다.

신상정보를 캐낸 블로그


제 생각이지만 이건 ‘마녀사냥’이란 표현보다는 ‘사냥’이란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론 전혀 무고한 것만은 아니니깐요. 하지만 그녀의 처지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 섣불리 판단할 수 없어요. 그 글을 쓴 당시, 단지 ‘로켓이 어딘가에 떨어졌다’는 최소한의 정보만 알고 있었을 수도 있으니깐요. 하지만 그런 경솔한 개인적인 글이 SNS의 전파되는 특징과 맞물려 여러 사람 귀에 들어갔고, 그런 글이 커뮤니티에 포착되어 사냥이 된 게 아닐까요?! 아직 트위터나 미투데이 등 소셜네트워크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로 서비스를 이용해 해가 됐다고 생각됩니다.


 축포녀 다음 사냥감은 ‘백털녀’

그런일이 있고 곧, ‘백털녀’라는 신조어가 또 생겨납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한참 축포녀가 공격을 당할 즈음에 불에 기름을 붓듯 ‘전쟁이 나면, 나랑은 상관 없어! 만약 전쟁이 난다면, 난 백화점에서 명품을 털어 미국으로 갈 거야!’라는 내용을 올린 사용자가 ‘백털녀’라는 별칭을 얻고 자동으로 다음 타겟이 되더군요.

백털녀의 문제의 글


백털녀는 확실히 어린 친구가 올린 글이라 생각되요. 그래서 그런지 지적하는 댓글에 맞받아 치는 글도 있더군요. 결국 그녀는 깔끔하게 털려서 지금은 트위터의 설정을 비공개로 해놨더군요. 축포녀와는 달리 백털녀는 확실히 트위터의 사용법을 알고 있었고 댓글도 맞받아 쳤다는 것에서 옹호할 거리가 없군요.


 ‘축포녀2’ 등등 줄줄이로 신조어 탄생

30분 정도 지난 후 또다른 새로운 신조어가 등장했어요. '축포녀2', 그녀도 처음의 축포녀와 동일하게 다른 분의 생일 축하 트위터에 ‘축포’란 단어를 사용했다가 화근이 된 케이스에요. 그래서 다른 트위터 사용자들에게 질책을 받았어요.

축포녀2가 탄생한 원문

무참히 질책하는 댓글들


하지만 이번 축포녀2의 결론은 달랐어요.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쓴 글이 논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선 바로 실수를 인정했고 사과의 글을 올렸어요. 그렇게 사건은 간단히 일단락 되었어요.

축포녀2의 사과글


이분을 통해 사냥 타겟이 됐을 경우의 해결 방법을 알아냈어요. 간단합니다. 트위터나 미투데이는 소통을 위한 툴입니다. 소통의 특징을 확실히 학습 하지 못하고 초래한 결과라면, 처음의 축포녀처럼 소통을 끊어 버리는 것이 아닌, 소통을 통해 잘못을 시인해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리고 나서 ‘두마리녀’도 탄생했어요. 그녀의 글은 너무 어린듯한 느낌이 흐르는데. 고인을 마리라는 단위로 표현했어요. 너무나 어이없는 표현에 혀를 두를 수밖에 없더군요. 덕분에 댓글이 수두룩 달렸군요.


이들의 공통점여자라는 점입니다. ‘전쟁’이란 단어는 병역의 의무가 있는 대한민국에선 남자에게 민감한 단어입니다. 그래서 그런 말실수는 군대를 다녀온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았을 테고, 더불어 북한을 주적으로 인식 못하는 여성에 대한 질타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녀들의 처지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이상 무조건적으로 잘못했다고 밀어 붙일 수 없는 경우도 있어요. 물론, 고의적이며 악의적인 생각을 갖고 써졌다고 추정되는 사람도 많지만, 분명 축포녀2의 경우처럼 경솔하게 실수로 쓴 글일지도 모릅니다. 모든 사람이 정말 몰라 개념없는 일이 되버리는 경우가 가끔 한번 정도는 있을지도 모르니깐요.

하지만 저 또한 대한민국 남성으로써 축포녀2 이외에 다른 글들에게는 별로 변명을 해주기 싫을 정도의 무개념 글이 많았어요. 그런 글들이 모두 마녀사냥 처럼 무서운 방법이 해법은 아니겠지만, 누군가가 간단하게라도 지적해야만 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합니다.


 애도의 행렬이 이어지는 트위터

물론 연평도 사건에서 나쁜 신조어만을 창조한 것은 아닙니다. 트위터에선 그들을 추모하자는 애도의 글들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고, 덕분에 고인의 싸이에도 많은 애도의 글들이 올려지고 있어요. 진심으로 애도하는 그들을 보면서, 인터넷 문화가 점점 발달하고 있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어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정보의 전파력과 더불어 나쁘고 좋은 일들을 반복하며 새롭게 생성되는 SNS 생태계를 보면, 앞으로 어떤 진화가 이뤄질지 심히 기대가 되는 바입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추모 행렬


마지막으로 모든 SNS 사용자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은 그 툴을 사용하되 기본적인 특성이나 기능에 대해 충분히 알고 시작 했으면 합니다. SNS는 다른 서비스와는 다르게 자신이 한 말들이 널리 널리 퍼지는 특성이 있어요. 그런 기능들을 미리 숙지 했으면 합니다. 더불어 모든 글을 씀에 있어서, 그 글이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잘 파악해서 쓰셨으면 합니다. 그 외에는 저또한 아는 것이 그리 많지 않기에 생각이 나질 않는군요.

오늘의 경험은 앞으로 소셜네트워크 툴을 사용함에 있어 잊지 못할 사건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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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심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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