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 경전의 진리

빛이나는 사람·2008. 5. 28. 14:31

어려서 한문경전을 읽을 때 난해한 내용을 보면 몹시 궁금해하곤 했다. 그때마다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이란 글을 보고 많은 도움을 얻었다. '책을 백 번 읽으면 뜻이 저절로 드러난다'는 말이다. 이는 중국 삼국시대 위(魏)나라 동우(董遇)가 한 말인데, 그는 또한 삼여(三餘·세 가지 여가)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삼여'란 겨울과 밤과 비 오는 날이다. 한문이란 표의문자인 한자로 이뤄졌기 때문에 의미를 잘 파악해야 하는데, 의미를 파악하고 나면 심장(深長)한 글 뜻이 마음에 와 닿아 힘든 줄도 몰랐다.

일상 생활에서 한자를 찾기 힘들게 된 지금, 젊은 학생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한문을 배워야 하는 이유를 누군가 물어 본다면 이렇게 대답할 수 있다. 한문 고전이란 삶의 여정이 길을 잃을 때마다 얻을 수 있는 가르침들로 가득 찬 깊은 바다와도 같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말 어휘들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그 대부분의 어원이 한문에서 유래한다. 한문은 오랜 역사와 전통 속에서 우리 민족과 함께해 온 언어이며, 당대의 생활상을 표기하는 수단이었다. 한문을 모르고서는 우리 자신의 정서조차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한문 경전은 유교적 실천덕목을 바탕으로 인격수양은 물론 화민성속(化民成俗·백성을 교화해 아름다운 풍속을 만듦)의 치도(治道)를 다루고 있다.

나는 요즘 한문을 강의할 때면 커다란 보람을 느낀다. 그것은 비록 옛날 글이지만 '인륜'과 '도덕'을 다룬 내용이 지금에까지 통할 수 있다는 데서 솟아나는 기쁨이다. 이제 경전의 진리를 생각하며 생활화한다면 현대인이 군자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이 길을 누가 마다하겠는가.

필자 노승석·순천향대 이순신연구소 대우교수
출처 조선일보
Posted by 심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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