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히트상품으로 본 소비자동향] 소비자의 오감과 소통하라!

카테고리/비즈니스·2008. 7. 21. 11:48

전 세계적으로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올해, 소비자의 관심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그래서 기업이 나아가야 할 곳은 어디인지를 알고 싶다면 히트상품을 찾아보면 된다. 그 시대의 가치와 문화가 반영된 것이 바로 히트상품이기 때문이다. 2008년 상반기의 히트상품 중 우리에게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한 상품들과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들여다본다.

그 퍼즐을 맞춰 가다 보면, 미래의 히트상품에 대한 '감'이 조금은 떠오를 수도 있지 않을까. 


히트상품에 나타난 소비자들의 마음 몇 조각

희망으로 시작한 2008년은 혼란의 연속선상에서 소비자에게는 고유가, 고물가, 먹거리 불안, 부동산 및 주가하락 등을 안겨 준 채 반환점을 돌고 있다. 한국은행 소비자동향조사, 즉 소비자들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가 1/4분기보다 2/4분기에 더 하락하여 2000년 4/4분기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는 물론 미래의 가계사정 및 경제상황이 어려울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언론에서 발표한 상반기 히트상품 리스트를 보면 기업들의 선전을 엿볼 수 있다.

히트상품이란 '고객에게 기대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여 폭발적 수요를 창출하고 기업에게 높은 이윤을 보장하는 상품'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 소비 니즈를 정확하게 짚어 내고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 내는 히트상품은 불황기에도 단연 돋보인다.

히트상품은 새로운 시대적 가치를 반영한 상품이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소비자들의 생활과 세상의 흐름을 판단할 수 있는 퍼즐 조각이 되기도 한다.

▣ 패션 리더 '신상녀'의 시선을 빼앗아라

인터넷 포털의 상반기 인기검색어로 꼽힌 ‘신상녀'는 신상품을 좋아하는 여자라는 의미로 TV 프로그램인 <우리 결혼했어요> 의 서인영과 드라마 및 영화 <섹스 앤 더 시티> 의 캐리 브래드쇼가 대표적인 인물.

시청자는 부정적인 아이콘 ‘된장녀(명품에만 집착하는 여성)'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게 받아들였다. 자존감을 바탕으로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 내는 것, 영혼을 위한 옷을 입는 것, 그 자체가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상녀가 부각되는 기저에는 ‘스넥 컬처(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무언가를 즐기는 문화)‘나 '패스트 패션(빠르게 변하는 유행에 맞춰 싼 가격에 빨리 사 입는 패션 형태)‘이 존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여성복의 경우 신상품은 한 달에 한두 번 입고되지만, 패스트 패션의 대표주자인 스페인 브랜드 '자라‘의 경우 일주일에 두 번 입고되는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하에서 1년에 1만 5,000개의 디자인을 출시하고 있다. 4월 롯데백화점에 매장을 오픈한 이후 월 18억 원, 코엑스몰은 21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일본의 패스트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의 명동점도 지난해 12월 개장 이후 월 12~13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 유니클로의 컨셉트 역시, 대형할인마트와 유사하게, 제품 수가 많고, 가격이 저렴하며, 소재는 고급 브랜드 못지않고, 스타일은 베이직 캐주얼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유행하는 패션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고 누구든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을 수 있는 다양한 디자인을 갖춘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이 상반기에 부각된 의류 패션업계의 소비 트렌드이다.

일본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는 저렴한 가격ㆍ좋은 소재ㆍ다양한 제품 등의 강점으로, 유행에 따라 자주 옷을 사 입기를 원하는, 이른바 '신상녀'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패스트 패션'을 이끌고 있다. 사진은 유니클로 광고. (사진 제공 : 유니클로)
 

▣ 강력한 광고로 귓가와 입에 머물게 하라

지난해 KTF는 3세대 이동통신 브랜드 SHOW를 통해 2인자의 설움을 한방에 날리면서 확고한 우위를 누렸다. 파격적이고 위트 있는 광고 캠페인으로, 중독성 있는 목소리 "쇼를 하라"를 반복적으로 들려 줌으로써 소비자의 귀는 물론 마음까지 사로잡은 것.

올해도 한 살배기의 걸음마편, 옆방에 MT 온 여대생편, 일곱 살 아들의 대통령 꿈과 탕수육편 등으로 즐거움을 선사했다. 또한 ‘쇼 & 파트너스'라는 일종의 공식적인 구매할인 프로그램을 통해 다른 업종들과  제휴하여 고객에게 구체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데, 4월 이후 전체 신규 및 번호이동 가입자의 약 80% 가량이 가입할 정도로 소비자 반응이 좋다.

KTF의 TV 광고 '한 살배기의 걸음마'편. 엄마의 관심을 얻기 위해 '쇼'를 하겠다는 아이의 발상으로 많은 웃음을 얻었다. SHOW 캠페인 광고는 "쇼를 하라"는 반복적인 멘트를 통해 소비자의 마음에 강하게 어필할 수 있었다. (사진 제공 : 제일기획) 

반면 KTF에 허를 찔린 SK텔레콤의 모바일 세대 이동통신 브랜드 T는 ‘생각대로'를 통해 '음악마케팅'이라는 영역을 급부상시키면서 각종 패러디의 원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생각대로 T 광고 캠페인은 ‘되고 송'으로 긍정과 행복이라는 가치를 전파하면서 SK텔레콤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끼치며 상반기의 우울한 분위기에 작은 활력을 제공하였다. 그 결과 시장 격차는 현격하게 줄어 비슷한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게 되었다.

▣ 새로움으로 눈과 입에 즐거움을 선사하라

상반기 식음업계에서는 단연 디저트 카페의 등장이 주목할 만한 트렌드이다. ‘양은 적게, 분위기는 멋있게, 맛은 최고'를 추구하는 가벼운 식사를 찾는 니즈를 공략한 것이다. 젊은 직장인들이 많은 삼청동, 신사동 가로수길, 명동과 신촌, 압구정동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서울 시내만 100여 개의 디저트 카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디저트 카페는 여유와 감성을 파는 일종의 문화상품으로 자리매김되면서 주 고객층이 20~30대 여성에서 남성과 중년층으로 확대되고 있다. 던킨도너츠ㆍ파리바게트ㆍ배스킨라빈스 등을 소유한 SPC그룹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

본사 1층의 디저트 천국으로 불리는 ‘Passion 5'는 360도로 진열된 형형색색의 디저트 갤러리를 연출하면서 디저트와 관련한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트렌드를 감지하는 안테나 숍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아이스크림 전문점이던 '카페 31‘은 본격적인 디저트 카페로 전환하면서 소비자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하고 있다.

형형색색의 디저트가 360도로 진열된 디저트 카페 Passion 5. 디저트 카페는 '양은 적게, 분위기는 멋있게, 맛은 최고'를 추구하는 요즘 세대의 감수성을 잘 포착한, 주목할 만한 트렌드로 각광받고 있다. (사진 제공 : SPC그룹)

산뜻하고 독창적인 분위기와 달콤함을 제공함으로써 스트레스와 일상을 탈출하고픈 욕구와 불황기의 업종복합화 추진 경향과도 맞아떨어진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 촉각에 승부수를 던져라

그동안 휴대폰은 시각과 청각 위주로 차별화되어 왔다. 애니콜 ‘햅틱(haptic, 촉각)'은 시청각이라는 감각에 촉각을 더해 새로운 사용자 경험에 소구하고 있다.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하기 때문에 기존의 단순한 터치폰을 넘어서 만지면 반응하는 프리미엄 휴대폰으로 포지셔닝되었다. 강약과 장단에 따른 22가지 진동으로, 휴대폰을 통한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해 준 것이다.

 눈과 귀보다 정확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촉각을 자극한 햅틱폰은 출시 두 달 만에 20만 대 판매기록을 세우며, 애플의 3세대 아이폰, 노키아의 튜브에도 햅틱 기술을 적용하게끔 하면서 경쟁의 룰을 선도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mp3, 내비게이션, 디스플레이 광고게시판(DID) 업체에도 번져 갈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비게이션의 경우 사용자가 운전 중 액정을 보지 않아도 손끝으로 입력 여부를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하고, DID업계의 경우도 새로운 체험형 광고 기법을 통해 느낌이 살아 있는 광고판이 된다는 것이다.

강약과 장단에 따라 22가지 진동으로 반응하는 햅틱 휴대폰. 햅틱이 선도한 '촉각' 트렌드는 휴대폰 시장을 넘어 다른 IT 시장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사진 제공 : 삼성전자)
 
히트상품은 한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히트상품은 기업의 희비와 명운을 좌우하기 때문에 기업의 노력은 신성장동력, 신수종사업, 블루오션 등 미래의 히트상품을 탄생시키려는 시도로 지속되고 있다. 소비자의 오감과 소통하면서 성공한 상반기의 히트상품을 눈여겨보면서 하반기와 내년을 준비하는 것은 어떨까?


글 이동훈 / 삼성경제연구소 마케팅전략실 수석연구원
출처 2008년 7월 16일 / 삼성홈페이지

Posted by 심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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