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서 떠난 여행, 지리산 둘레길

힐링/여행·2010. 3. 27. 11:40


"지리산을 에둘러 가는, 지리산 둘레길"

눈이 오는 봄, 이상한 날씨의 연속인 봄이에요. 일본 유학을 앞두고 무언가 못한 것들이 있나 생각하다가 혼자 여행을 다녀오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처음엔 섬으로 가볼까 했으나.. 혼자 섬에 틀어박혀 있으면 엉뚱한 생각만 할 것 같아서.. 지리산을 가기로 마음 먹었어요.
작년 여름휴가때도 다녀왔지만 3코스(인월~매동마을~금계)를 완주하지 못했었기에.. 그것도 완주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힘들고 어려울때 금계에서 묶었던 팬션의 풍경이 잊혀지지가 않았었죠. 그래서 무작정 표를 얻고 비와 눈바람을 헤치며 다녀왔어요.



목요일, 오전 8시 20분표를 타기위해 분주히 뛰어서 무사히 동서울 터미널에서 탑승!!

동서울(8시20분 출발) -> 죽암휴게소 -> 함양 -> 인월(12시 정도 도착)

3시간 40분정도 걸리더군요. 참고하세요 ^^


혼자 여행의 필수처럼 보이던 표찍기 ^^

그리곤 도착해서 비가 내리더군요. 사실 혼자서 비오는날 산길을 걸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왕온거 도전해보기로 합니다. 인월에 내리면 편의점이 있더군요. 패밀리 마트에 들러서 돈을 뽑고 우의도 두개나 삽니다. (가방에도 덮어줘야 하거든요) 그리고 삼각김밥, 소시지, 핫브레이크, 초콜릿, 그리고 생수 500ml 2통을 사가야 합니다. 초콜릿과 생수는 생명과 직결 됩니다. 꼭 가져가세요.

그리고선 안내센터에 들려서 지도를 받으시구요. 개통구간 정보인월버스터미널 번호를 저장해 두세요. 나중에 상행성 타실때 시간을 알아야 하니깐요. 화장실도 꼭 다녀오시구요.

그리곤 작년에 먹었던 식당에 들러 산채 비빔밥을 먹었어요. 서울에서는 테이블 아담해서 혼자 먹기 적당한데. 이곳은 전라도쪽이라 반찬이 무리해서 많이 나오더군요. 저 혼자 시켰는데 저 큰 반찬을 다 갖다주시니 조금 민망했어요 ^^: 그래도 뭐.. 산행전 이정도는 먹어 줘야 할듯요. 근데 중간에 주막도 있으니.. 간단히 삼각김밥만 먹고 갔어도 됐을듯~



작년에 인월~매동마을까지 거의 5시간이 걸려서 왔었거든요. 그리곤 산행을 멈췄답니다.
그래서 이번엔 버스를 타고 매동부터 걷기 시작했어요.


매동 마을에 있던 우물입니다. 먼가 으시시한 느낌이더라구요;
이제 식수는 아닌것 같더라구요.


ㅎㄷㄷㄷ;



매동마을은 아주 작고 아담한데. 벽에 누군가가 디자인을 해놨더군요. 왠지 밝은 색감들이 잘 어울려져서 제법 발랄한 느낌이였어요. ^^



비가 아주 보슬보슬 내리더군요. 나중에 앞에 가던 사람들 얘기를 듣고보니, 누구나 위기(비가 내리거나 눈이 내리는..)가 닥치면 고민을 하게 된다더군요. 저때도 비가 조금씩 내렸지만 더이상 거센 비는 내리지 않을 것 같은 기상조건이였어요. 게다가 왠지 포기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서 더 걷고 싶어졌는지도 모릅니다.



역시나 오랫만의 산행은 쉽지 않았어요. 그동안 도시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운동을 안했는지.. 조금만 올라가도 숨이 가쁘더라구요. 그래도.. 가다보니 누군가 소원을 빈 흔적이 있길래 저도 돌 하나 올리고 소원을 빌었습니다.



등산장비가 없어서 컨버스 단화를 신고, 청바지를 입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비가 와도 약간 미끄러울뿐 큰 문제는 없었어요. 지리산은 침엽수들이 많다보니 바닥이 흔건하게 젖지는 않더군요.





비와 함께하는 산행의 좋은 점은 조용한 풍경입니다. 혼자 걷는다는건 참 외로운 일이지만, 높은 곳에 올라갔을때 보이는 풍경은 이루 말할 수 없더군요. 도시에서 보던 높다란 빌딩과는 비교 조차 할 수 없는 멋진 풍경입니다. 아래 사진을 꼭 클릭해서 보세요.





산행시에 지팡이를 준비하던지, 산에서 구하던지 하세요. 다리에 주는 부담을 약 10%이상 줄여준다고 하네요. 전 전문가가 아니니.. 지나가다 버려진 튼튼한 나뭇가지로 대체했답니다.







가다 드디어 쉼터를 만났어요. 둘레길 찾으면 자주 보던곳인데. 역시나 비가 와서 사람은 하나도 없더군요. 인기척이 없길래.. 그냥 지나치려 했으나.. 다행히 안에 할머님이 계시더라구요. ㅋㅋ 화장실 좀 쓰게다며 말씀드리고선 화장실을 한참이나 찾았어요.



사진 가운데에 보이는 곳이 화장실이였어요. 말그대로 푸세식!! 나중에 외국인이 보면 깜짝 놀랄지도 모릅니다. 화장실 바닥은 나무에 가운데만 뚫려 있어서.. 논이 보이더라구요. 하지만 왠지 나쁘진 않아요. 엉덩이도 산림욕을 해야하니깐요... ㅋㅋㅋㅋㅋ

그렇게 막걸리 한잔을 시켰는데. 한잔 단위는 없나봐요. 할머님께서 너무 추워서 한병은 다 못 먹는다며.. 손수 라면을 끓여주시고, 동동주 한병을 주시더라구요. 원래 술을 잘마시는지라.. 아무튼 혼자서 할머니와 얘기하면서 맛나게 먹었어요. 식사를 하고 왔지만 조금 걸어서 그런지 잘 넘어갔음 ㅋㅋ 할머니는 곰나물을 다듬고 계셨고, '비가 오는데 걷는 사람들 이해가 안된다고..' 라시며 제 또래 손주 얘기를 한참 나눴었어요.
(아 나중에 다른 분들께 여쭤보니.. 국수가 맛있다고 하시더군요. 근데 뭐.. 저기서 경치를 보면서 먹는 것들은 다 맛있을듯!!)

그리고선 혼자 왔다고 라면 값이랑 술값을 대폭 할인받아서 4천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즐겼습니다. 이런 말도안되는 거의 40%에 육박하는 할인율!! ㅋㅋ 이게 시골의 정인가봐요. 약간 알딸딸 한 기분으로 10여분 걸으니.. 금방 깨더라구요. 산이라 그런가.. 아무튼 산에선 술을 조금만 마셔야 하는듯~









길을 걷다가 문득 발자국을 보았습니다. 제가 걸으면서 힘을 냈던건.. 앞사람이 남긴 비에 젖은 발자국이였어요. 나말고도 누군가 앞에 있구나란 생각으로 조금 빠른 걸음으로 갔었어요. 혼자 걷는다는건 외로움과의 싸움이였으니깐요.

그러다 저 멀리 두분이 보였어요. 따라잡는데 한참 걸렸지만.. 결국엔 거의 따라 잡았고, 약 15분 정도 같이 걸었어요. 재밌는 사실은 한분이 일본분이라는 것!! 일본 유학을 몇일 남긴 상태에서 만난 일본인!! 너무 반가웠어요.



사실 일본어는 1년을 넘게 틈틈히 배워왔지만 실제 일반인과 대화해본건 이날 처음이였어요.

이 두분은 스승과 제자 사이라고 하시는데요. 여행과 관련된 책을 위해 한국을 여행중이라고 하셨어요. 나중에 알고보니 두분 굉장히 유명하신 분이였어요. 오른쪽에 계신분은 한비야 같은 도보여행가이신 김남희씨였구요. 한분은 '슬로라이프'라는 단어를 유행시킨 환경/인권단체 운동가 스지 신이치 상이였습니다.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4 상세보기

슬로 라이프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쓰지 신이치 (디자인하우스,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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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또한 이 블로그에서 보듯이 친환경에 관심이 많다보니.. 어설픈 일본어와.. 김남희 님을 통해서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특히나 카탈로그 하우스라는 일본의 모델에 대해 전해 들었고, 기회가 된다면 일본 오사카에서 주최하는 강의도 들으러 오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사실 교차점이 많은 사람을.. 비오는 지리산에서.. 그것도 내가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앞팀에서 만났다는게.. '무슨 인연이 있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더군요. 아무튼 그 당시엔 몰랐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할 수 있다는게 둘레길의 장점이에요. (사실 이쁜 여성팀도 만나지 않을까 생각했다는..;)



또, 혼자 산을 타니 여러가지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는 내가 여기에 왜 와서 이렇게 걷고 있나 부터 시작해서.. 과거에 내가 잘못하거나 잘한것 지금의 내모습, 미래에 해야할 것 등등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특별히 고민하고 반성하려고 떠오른게 아닌데도. 하염없이 걷다보면 그런 잡생각들이 계속 나고.. 결국엔 점점 더 정리되어진다는 느낌이에요. 그동안 잊고 있었던 것들에 대한 성찰, 어쩌면 그걸 위해서 혼자 걷고 있는게 아닌가..

그리고 산에서 배울점도 있었어요.

'인생에는 오르락길과 내리막 길이 항상 반복적으로 존재한다.'



'높은 곳에 올라야 더 멀리 보인다.'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만은 없다'



'아무리 비가 와도, 그 뒤에는 밝게 비춰지는 곳이 생긴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건 멋진 일이다.'



그렇게 5~6시간이 걸려서 금계에 도착했어요.

매동마을~금계 코스를 쉽게 설명드리자면, 뒷산의 해발 500m정도의 약수터를 한 4~5번 왕복하는 기분이에요. 해발이 그리 높지도 않고, 급격히 높아지거나 하는 부분이 별로 없어서 조용한 산길의 느낌이에요. 하지만 일반인이 걷기에는 딱 이정도의 코스가 좋을 것 같아요.

참고로 하루에 3코스를 완주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일반인에겐 무리라고 생각되요. 이렇게 반만 도는데도 굉장히 지친다는 느낌입니다. 3코스를 군대에 비유하자면 딱 행군입니다. 그들은 20~40kg의 군장을 하지만, 우리는 군장 대신 도시인으로써 체력이 깍인 핸디캡을 가졌다는 것 뿐!! 딱 행군 느낌입니다. 하지만 산 잘타시는 분들은 별거 아니라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드디어 작년에 머물렀던 나마스테 펜션에 들렀습니다. 예약을 하지 않아서 자리가 없길래 앞에 앉아 사진을 찍으며 커피를 시키고, 완주의 기쁨을 맞보고 있었어요. (무언가 짜릿한 느낌 ^^)



지리산을 또 찾은건 이 풍경에 있어요. 보고 또 봐도 뻥 뚤린 느낌. 이번엔 그 느낌을 위해 파노라마로 가지고 왔어요. 멀리 천왕봉도 보인답니다.



그렇게 커피를 마시고 있을때 즈음 펜션 아저씨께서 날 알아보셨다. 손님들이 많이 계셔서 신경 못쓰실줄 알았는데.. 다행히도 마루에서 자도 괜찮은지 물어보셨고.. 전 당연히 쪼인~ ^^

거기에는 또다른 인연이 계셨다. 부부이신 1팀과 아버지뻘보다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 한분이 계셨다. 식사를 하고 계셧고 바로 인사드리고 합석을 했다. 그리곤 바로 식사자리가.. 술자리로 변했다. 한잔 두잔이 여섯병이 되었다. ^^ 처음 만났는데도 여행과 같은 길을 잠깐 걸었다는 것만으로도 얘기가 잘 통했다. 어르신들은 주옥같은 말씀을 해주셨고, 난 수많은 술잔과 심부름을 드렸다. 아무튼 혼자 잘때 심심할꺼라 걱정했는데. 그런 걱정은 싹~ 날아가 버렸다.

아 그리고 잊지 못하는건, 다(茶)도이다. 술을 먹고 곧바로 보이차를 먹었다. 사실 차는 관심있지만 다도에 대해선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난 다음날 일어나고 나서 다도를 신봉하게 되었다.

전날 내가 먹은 술은 최소 소주 2병 이상, 주량이 세지만 산행이 힘들어서 술이 금방 취한 것 같았다. 그래서 더는 못먹겠다고 말씀드리고, 거절했다. 속이 메슥거렸었기 때문이다. 그때 보이차를 연거푸 마셨는데.. (사실 다 마시면 따라주는게 다도라고 하시더라.. 잔을 엎어야 안준다고 하는데.. 바로 앞에서 그러기도 모해서.. 거의 10잔은 마신듯..) 정말 속이 메슥거리던게 사라졌다. 신기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다음날 난 6시에 일어났다. 전날 새벽 2시에 잤는데 말이다. 물론 공기가 좋아서 인것도 있지만.. 머리가 전혀 아프질 않았다. 이건.. 뭐.. 숙취해소에 최강인 방법인 것 같다.



그렇게 아침을 맞이하며 찍은 사진들..



그리고 동영상도 있어요.





아침 산책을 하며..





그렇게 아침을 먹고 9시 차를 타고 즐거운 여행을 마무리 했어요. 다행히도 나마스테 아저씨께서 정류장까지 태워주셔서 시간도 딱 맞게 여유롭게 왔어요. 너무 친절하게 대해주시는 분들이 있어 이곳을 찾아도 외롭지 않더라구요. 담번엔 할머님 선물도 챙겨가야 할 듯 ^^





지리산의 젤 힘든점은 3시간이 넘는 버스에서의 시간이 아닐까요?!

그렇게 잘 다녀왔어요. 혼자라는 여행이 인생에 있어서 처음이였지만, 가볼만 하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제가 갔을때는 비가 오고 눈보라가 조금 쳤지만, 그걸 이겨낸다는 믿음과 자신감을 불어 넣어 줬구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택하는 건, 결과가 무척 초라하지만 나중에 다른 사람이 따라올 수 있는 최소한의 길을 만든다는건 멋진일이라는 생각도 있었어요.

무엇보다도 자신의 생각을 다듬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였어요. 내가 발길 가는데로 정한 곳으로만 갈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였구요. 의지할 사람 없이 다닌다는 것도 판단력 흐린 저에게는 멋진 일이였어요.

누구나 용기만 내고, 생각하고 바로 실천하면 갈 수 있는게 혼자만의 여행이 아닐까요?? 두려움을 생각하면 끝이 없어요. '내가 길도 모르는데..', '난 등산화도 없는데..', '주변에서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면 결국 움직이질 못해요. 모두들 생각하면 바로 떠나는게 좋을것 같아요. 한번 떠나버리면 되담을 수 없어서 바로 가게 되고.. 한 번 시작하면 두번째 부터는 쉬우니깐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걷는것도 이곳의 매력인 것 같아요. 담번에는 이번 산행에서 만난 부부의 펜션에 놀러가고 싶어요. 물론 지리산 길 1,2,4,5코스도 가봐야 하구요. ^^ 모쪼록 리뷰가 너무 길어서 대충대충 적었어요. 이번의 목적은 사진에 있으니깐요. 자세한 글은 제가 이전에 적은 글을 참고하세요.

Posted by 심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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