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 '기무치' 발언, 미국 가서 '마크도나르도가 어디?'는 것과 뭐가 다른가!!

빛이나는 사람/해외여행·2010. 12. 3. 14:19

일본에 거주중인 유학생이에요. 거북이 같은 느린 인터넷을 이용해 뉴스를 보다 황당한 기사와 댓글들을 접해 왜곡된 내용을 바로 잡고자 합니다. 카라가 일본 NTV '식신보이즈 오이시 여행'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아래와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고 하는데요. 전 기사를 읽으며 ‘이건 카라가 칭찬 받을 일인데?!’ 오히려 ‘실수’라고 단정짓는 보도를 보고, 바로 잡고자 합니다. 이건 일본을 정확히 몰라서 생겨난 일입니다.

출처 http://star.mk.co.kr/new/view.php?mc=ST&no=665526&year=2010


카라는 김치를 '기무치'로, 불고기를 '야키니쿠'로 표현했다. 왕만이 맛보았다는 김치를 시식하는 과정에서 MC가 "이런 김치 맛본적 있냐"는 질문에 카라의 멤버 승연은 "이런 김치는 맛 본 적이 없다"라고 말하며 '기무치'라고 표현했다.

한국경제/김단옥 기자

 

이번 사건을 한국인의 입장에 비유해 보자면, 일본인이 한국에서 일본 음식을 소개하는 방송에 나와서 "라면 맛있어요!!" 라고 하는 것과 똑같아요. 자연스럽죠?! 그런 상황에서 일본 네티즌들이 "왜 라멘이라고 하지 않고 라면이라고 했느냐!!"라고 따지고 있는 것과 같아요. ‘라멘’은 한국말로 ‘라면’입니다.

'라멘은 일본의 유명한 음식인데 왜 한국말 라면 표기로 그랬느냐' 라는 것과 같지요. 만약 일본인이라도 한국 프로그램에 나와서 일본에서 '라멘 라멘~' 그럼 일본 문화를 모르는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도대체 라멘이 뭐야?! 다른 종류인가?? 라고 잘못 생각할 우려가 있어요. 즉, 잘못된 발음 방법이란 겁니다. 라면은 일본 고유명사인 '라멘'이 아니니깐요. 실제로 한국 국어사전엔 '라멘'이란 표기는 없습니다. 같은 이치로, 일본의 국어 사전에도 '김치'란 단어를 쓰고 싶어도 쓸수가 없습니다. 그들은 '김치'란 단어를 자신들이 발음낼 수 있는 최대한으로 '기무치'라고 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일본에선 김치가 '기무치'라고 불립니다. 왜냐하면 그들 일본어엔 ‘김’이란 발음이 없기 때문이지요. 실제로 그 흔한 ‘김’씨 성을 가진 사람들도 일본에 오면 ‘기무 상(キム さん)’으로 불립니다. 그들에게 발음이 없기에 자신들이 사용하는 자음, 모음 중에서 가장 비슷한 것들을 조합해 ‘기’와 ’무’란 글자를 합쳐 최대한 김치에 가까운 ‘기무치’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김치만 그렇게 부르는 게 아닙니다. 막걸리는 '마콜리' 라고 부르고, 소주는 '쇼츄'라고 해야 알아 듣고, 그게 표준어로써 사전에 외래어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 내에서 김치를 말하려면 '기무치'라고 얘기하는 게 올바른 표현이에요. 만약 수많은 네티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카라가 한국식 발음인 ‘김치’라고  발음했다 하더라도 그걸 들은 일본인들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 듣는답니다. 아니 받침 발음 자체가 안 들릴지 모릅니다. 일본어 글자 받침이 없는 일본인에겐 전혀 생소한 발음들이니깐요.

같은 비슷한 예로 일본인이 미국에 가서 "여기 마크도나르도가 어디에요??"라고 묻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일본 사람에게 마크도나르도는 ‘맥도날드’입니다. 결국 일본은 없는 발음 덕분에 외래어로 '기무치'라 표기했고, 김치를 소개하는데 있어 카라는 '기무치'라고 부르는건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랍니다.

조금 자세히 들어가보면, 일본은 한국의 것들을 일부러 왜곡하여 이름 짓지 않아요. 물론 맛의 경우는 일본인에게 맞도록 가공시키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유명사 까지 바꾸는 짓은 하지 않습니다. 제 생각이지만 한국 사람은 일본 사람에게 역사적으로 민감해서 그런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한국인으로써 역사는 잊지 않되, 그때와는 다른 사고를 가지고 태어난 현재의 일본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들은 한국과 대조되게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 ‘한번 쯤 가보고 싶은 나라’, ‘잘생긴 사람들이 사는 나라’, ‘상냥한 사람들이 많은 나라’ 환상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이미지를 만드는데 앞장선 사람들이 배용준 씨를 비롯한 연예인들과 지금의 카라소녀시대 입니다. 그들은 공인도 아닌 일개 연예인일 뿐인데. 오히려 한국을 알리는데 일조 했으니 칭찬해줘야 하지 않나요?!

출처 star.mt.co.kr/view/stview.php?no=2010120210522573969&outlink=2&SVEC


실제로 카라와 소녀시대로 인해 일본인들은 한국 사람들에게 카라 얘기로 말을 걸고, 소녀시대 얘기를 하며 같이 웃고, 그로 인해 한국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 간답니다. 그렇게 고마운 사람들을 단 한 기자의 얘기만 듣고 판단력을 흐리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일본에서는 한류의 열풍으로 한국 드라마가 많이 방영되며, 드라마 안에서도 한국어를 가끔 쓰는 일본 배우를 접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곳에 와서 느낀건 일본 드라마 중에도 한국 드라마와 조금 느낌은 다르지만 훌륭한 문화가 매우 많아요. 무엇 때문에 한국에선 방영되지 않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이런 문화들도 서로 교류했으면 좋겠네요. 만약 그동안 일본에 대한 드라마가 조금이라도 방영 됐다면 이번 '기무치' 발언 같은 기사는 없었을텐데 말이죠.


## 덧붙이자면, 일본 라멘과 한국 라면이 맛이 다르듯이 일본 기무치는 한국 김치와는 맛이 다릅니다. 물론 원조는 한국 김치겠지만, 이곳에서는 기무치는 약간 단맛이 강한 일본인들의 입맛에 맞춘 김치가 '기무치' 입니다. 한국 김치도 이 '기무치'란 단어에 포함됩니다. 하지만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기무치'는 단맛이 강한 김치로 인식하고 한국 김치는 '김치'라고 인식합니다. 하지만 바깥에선 '기무치'라고 칭하는게 맞습니다. 그래야 알아 들으니 말이죠.

또한 방송에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카라 왈 "이런 기무치는 처음이에요" 라고 하는 것은 한국의 '김치'와 일본의 '기무치'맛이 다르다는 얘기겠죠. 결국 그들은 기무치를 얘기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카라가 "이런 김치는 처음이에요" 라고 말했겠죠. 설마 한국인인 카라가 그동안 김치를 한번도 안 먹어봤을까요??

그렇다고 '기무치'를 이들이 왜곡해서 자기네들 김치라고 우기는게 아닙니다. 만약 일본 발음중에 'ㅁ' 발음이 있었다면 분명 '김치'라고 표현했을 겁니다. 그들은 실제로 '김치', '기무치'를 모두 한국 음식으로 생각하고, 절대 그들의 것이라고 눈꼽 만큼도 생각 안합니다. 오히려 '김치를 만들 줄 아느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전 연예인에 절대 관심 없는 20대 후반의 학생입니다. 다만,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어서 너무 답답해서 해명하고 싶을 뿐입니다. 조금 더 일본을 알면 이해가 되시리라 생각됩니다. 오히려 한류로 인해 외화를 벌어들이는 카라를 칭찬해야 한다고 생각되네요. 결론적으로 이번에 카라가 발언한 부분에서 잘못된 부분은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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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심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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