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병 들게한 한국의 슈렉 왕자

빛이나는 사람/해외여행·2010. 12. 23. 07:30
몇 달전 2년간의 유학을 마치고 간 한국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에게 들은 얘기입니다. 그 친구가 1년정도 어학교를 다니던 중 중국 친구들의 부름을 받아 술자리를 갔다고 합니다. 그 당시 두 명의 한국인 신입생(여자)이 있었기에 같이 불렀다고 합니다. 학교 내에서 한국 사람이 고작해야 3명이였고, 친구를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되서 불렀다고 하네요. (외국인들은 한국인과 다르게 친구의 친구를 소개시켜 주지 않아요) 그렇게 즐거운 술자리가 이어지고 마지막으로 먹은 술 값을 계산하려 했답니다. 일본이니 당연히 더치페이로 했겠지요. 그런데 계산에 참여 안했다던 한국 여자 신입생들..

전 그 얘기를 듣고 낯 뜨거웠어요. 당시에 있었던 중국인들도 거의 남자였고, 제 친구도 남자였던 것입니다. 한국에선 그런 경우 가끔 남자들이 내는 경우도 있지요. 추측컨대 '너희들 남자들이 우릴 초대했지?! 우린 손님이고 여자야!' 란 생각 아니였을까요?! 하지만 이곳은 일본이라고!!

출처 : http://blog.naver.com/jamie65/60061718988


아무튼 그렇게 모두들 아무말 없이 계산을 하고 돌아 갔다고 합니다. 다음날부터 중국인들이 제 친구에게 왈,

"왜 그 한국 여자애들은 돈 안내?!"
"..."
"......"

그렇게 제 친구는 굉장히 곤란한 입장에 처했다고 합니다. 친구 본인이 그런 소리를 듣는 것 게다가 한국인이 그런 소리 듣는 것 기분이 나뻤던 것은 너무나 당연했구요. 그래서인지 그날 이후 중국인들은 한국인 신입생 두명을 약간 피하는 그런 모습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이곳에 와서 '평등'이란 단어를 다시 새겨가고 있습니다. 간단한 예로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조선족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부모님이 대부분 한국 사람이고 국적만 중국일뿐, 나보다 대중 가요 신곡을 모두 꿰둟고 있을 정도로 본인은 한국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인임을 느끼는 그런 그들과 술자리에 가면 새로운걸 느낍니다.

"자~ 오늘은 내가 형이니깐 형이 쏠께~!!"
"에이~ 형 그런게 어딨어요. 같이 먹었는데. 자기가 먹은건 내야줘!!"
"아냐~ 괜찮아! 한국에선 매일은 아니지만 가끔은 형들이 사주는거라구!!"
"그래도 같이 내요 우리~"


진짜 사주고 싶을 정도의 말을 하는 그 아이들을 보면서 왠지 뿌듯합니다. 한국에선 '나이 많은 사람이 내겠지?!'란 생각이 은연중에 있어서 저또한 빈말로 얘기하지만, 얘네들은 사고방식이 다르게 잡혀 있더군요. 그래서 정말 한턱 쏘고 싶은 날은 1000엔 이하의 잔돈을 더 내곤 합니다. 아니 항상 사주고 싶기도 합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같이 집에 초대해서 식사를 한 후의 모습이 매우 새롭습니다. 각자 각자가 역할이 있습니다. 어떤 아이는 설거지를 하기로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음식물을 치우고 테이블을 닦고 그렇게 모두들 일하는 시간에는 같이 일해서 무슨 일이든 빨리 끝냅니다. 그때 20살짜리 중국 룸메이트가 저에게 한말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

(쓰레기 봉지를 땅에 툭 던지며)
"심상~ 그것좀 저기다 버려줘!!!"
"..."
"오케이!! 콜!!!"

잠시 머뭇했지만 금방 그 상황에 적응해버린 저!! 처음에는 '내가 너네보다 6살이나 많다' 란 한국식 형노릇을 하려고 했으나 그 동안 느껴온 평등 느낌이 있었기에 '아~ 이런게 외국에선 맞는 방식이구나' 란 생각이 있었습니다. 특히나 일본은 'ㅇㅇ씨'라는 호칭 덕분에 더 그런 것 같아요. '형', '누나'라는 높임의 의미를 가진 호칭 보다는 이름을 부르는 것이 대하기에 있어서 더 편하니깐요.

이런 문화 차이들 때문에 이곳에선 한국 사람에 대한 재밌는 얘기들이 있어요.

'한국 남자를 만나면 대부분 더치가 아니라 남자가 돈을 내더라'
'돈 뿐만 아니라 매너도 좋고, 여자에게 아주 자래주더라'


그렇습니다. 친구 말로는 한국에서 여자에게 해주는 50%만 해줘도 일본 여자들은 껌뻑 사랑을 느낀다고 하는군요. (물론 주관적인 얘기겠지만) 그 만큼 한국 남자들은 여자에게 친절합니다. 언제 어디서 부터 그런 모습이 생겼는지 모르겠네요. 그렇기에 평등에 대한 생각이 바뀐 저또한 가끔 여자친구와 얘기하다 서운해 하기도 합니다.

"남자친구가 나보다 돈 많이 버는 사람이였으면 좋겠어!"
"왜 그렇게 생각해?!"
"그냥 왠지~ 나보다 잘 벌면 좋자나"
"그렇다면 남자가 돈 많이 버는 대신에 여자는 가정을 더 많이 돌볼꺼지?!"
"응 당연하지!"

어찌보면 남자는 외모를 중시하고 여자는 능력을 중시하는 화성남자 금성여자의 전형적인 모습이지만, 가끔은 '그것도 불평등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끔 이럴때는 한숨이 나옵니다. '똑같이 공부하고 똑같은 직장에 신입으로 들어갈텐데. 도대체 같은 레벨의 여자와 만나면 그녀보다 좀 더 어떻게 돈을 올려 받지?!' 그런 모습을 보면 가끔 일본인들이 부럽기도 합니다. 일본은 재벌집 딸과 가난한 집 아들이 만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오직 '사랑' 만을 전제로 만난다는데 말이죠. 다른 조건은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고 하네요.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의 만남이니깐요. 그런게 문화의 차이겠죠.

그렇게 일본에서 많은 것들을 배웁니다. 그 중에 가장 올바르다고 생각되는 분야는 서로 평등한 문화에요. 그 중에서 외국인이 인식하는 한국인의 독특한 점은 한국 남자는 매너가 좋다는 것이에요. 그런 습관 덕분에 한국 여자들은 많은 오해나 피해를 받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그런 모습은 결국 한국 남자가 만들었지 않나 싶기도 하네요.

아직 서양인은 만나보진 못했지만, 아마 그들도 매너는 좋겠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돈을 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되요. 지금까지 느낀 외국 친구들을 봐도 아마 그럴꺼구요. 그건 김태희가 오든 유명 인사가 오든 당연한거 아닐까요?! 생각을 평등에 맞추면, 그동안 얼마나 평등하지 못했는가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을꺼에요. 그게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습관 같은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 글은 한국 여성을 폄하하는게 아닌 사실 그대로의 논픽션입니다. 물론 유학생 중에 안그런 사람들도 많아요. 다만, 처음 왔을때 적응을 못해 대처를 못하는 경우는 더러 있어요. 저만해도 아직도 그런 경우가 많거든요. 그러니 오해 없으시길. 그리고 로마에 왔으면 로마의 법을 따르는게 진리가 아닐련지요.

모쪼록 갑자기 밥을 먹다 생각나서 몇 자 적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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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심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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